오늘 아침 조선일보 만물상에 올려진 “디지털 치매” 라는 글을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웃었던 모양이다. 지난 주 미국에서 온 누나가 옆에서 묻는다. 무슨 글을 읽는데 그렇게 웃고 있지? ㅎㅎㅎ. 웃었던 이유는, 변해버린 우리 사회의 한 모습에 섭섭함을 금할 수 없다는 내용이 어쩌면 그렇게 내 맘과 같은지.... 그래서였다.
만물상에 올려진 글의 중심은 디지털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들이, 작은 스마트폰에 모든 정보를 의지하면서부터 일일이 적어놓고 기억해야 했던 예전의 삶을 잃고 있다는 글이었다. 때론 내 자신의 전화번호도 생각이 안 난다. 그냥 한번 콜만 해주면 상대방 스마트폰에 그냥 기억되니까. 집사람이 자기 전화번호를 외우지 못한다고 정신이 버쩍나게 야단맞은 적도 있다. 그냥 누르면 신호가 가니까. 그것 뿐 아니다. 서로 간에 대화도 없어졌다. 버스나 전차에 있는 사람 뿐 아니다. 길을 걷는 사람들도 거의 같은 수준이다. 모두가 자신의 스마트폰만 쳐다보고 있다, 아니면 듣고 있다, 아니면 갖고 놀고 있다. 그들 손안에 있는 작은 기계가 우리 모두의 정신을 배큠크리너 처럼 빨아드리는 마법을 부리고 있다.
이 글에서 변해버린 우리 사회의 또 한 모습은 “노래방”에 대해서다. 소설가, 이윤기라는 분은 예전부터 노래를 좋아하고 잘했던 모양이다. 지금도 100여곡은 어디서나 부를 수 있다고 한다. 물론 가사를 다 외운다는 말이다. 근데 1990년부터 우리사회에서 노래방이 유행하기 시작하면서 가사외울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그후 국민 모두가 가수가 되었다. 이것이 소설가 이윤기씨의 섭섭함이고 또한 나의 섭섭함이었다.
노래방이 없었던 시절, 가사를 외우는 것은 필수다. 가사를 외우지 못하면 할 수가 없는 꽝이다. 그 시대에 소설가 이윤기씨는 직접 손으로 쓴 새로운 노래가사를 열심히 외웠을 것이다. 나도 그랬다. 내 영어노트와 수학노트 뒤장은 온통 새롭게 유행되는 노래 가사로 채워졌었다. 친구들이 모이는 곳에서 분위기 띄우고, 여학생들의 눈길을 휘어잡는 중심인물이 되기 위한 필수적인 노력이기 때문이다. 기타코드를 기억하고 가사 외우는 것은, 그 시대 내 인생에 가장 중요한 과제였다. 그런데 앞으로 더 노력해야 겠다 !!!!! 치매예방에는 노래 가사를 외우고 부르는 것이 제일이라고 하기 때문이다.
독일의 저명한 뇌학자, 만프레드 슈피처는 디지털기계를 통해 조각형 정보를 얻으려 할 때, 우리 뇌세포의 활동은 책을 읽을 때보다 뇌세포 활동이 훨씬 약하다고 한다. 그래서 디지털 정보 지식에 매달리는 우리 젊은 세대들에게 “디지털 치매”를 경고했다. 얼마 전 연세대학 마광수 교수는 교제로 사용하는 자신의 책을 사지 않는 학생들에게 학점을 주지 않는다고 학생들로부터 물의 일으켰다. 하지만 난 교육자로서의 마광수 교수의 의중을 안다. 종이 책을 읽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