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시대다. 텔레비전을 보거나, 신문을 읽거나, 길을 걷거나, 전철을 타거나, 버스를 타거나, 우리들의 눈은 광고물로부터 한시도 자유로울 수 없는 것 같다. 짜증이 나기도 하지만, 인간의 눈과, 귀를 통해 거침없이 입력되는 광고정보는 싫거나 좋거나 서서히 우리들의 뇌를 세뇌시킨다. 오래 전, 한의과대학 본과 4학년생 강의을 맡고 있을 때다. 이번 학기가 끝나면 국가고시를 통해 한의사로서 활동할 학생들이었다. 그들에게 장난석인 질문을 했다. “ 길 걷다가 갑자기 여친 에게 두통이 발생했다면 어떻게 할래?” 그 답이 광고의 효과를 말해주었다. “ 약국으로 뛰어가서 판자놀 사와야죠 ! ” 이것이 답이었다. ㅎㅎㅎ 그래도 한의대 본과 4학년생이라면 “ 어느 혈 점에 침을 놓고 어느 부위에 자극을 주고 무슨 탕을 처방해야 합니다” 라는 한의사로서의 멋진 답이 나왔음직한 데, 농담석인 답이었겠지만, 튀어 나온 답은 “ 판자놀” 이었다. 광고 효과다 !!!! 우리 학회 회원들의 답은?
얼마 전부터 신문을 볼 때 마다, 내 눈길을 잡는 광고가 있었다. “ 미국 척추교정의사협회”가 공인하는 상품이란다. 그리고 그 옆에 American Chiropractic Association 로고가 붙어있다. 미국에는 카이로프랙틱 단체를 대표하는 2 협회가 있다. 그 하나가 위에서 말한 ACA, 미국 카이로프랙틱 협회다. 물론 나는 ACA 회원이다.
ACA 협회가 공인한다고 하는 광고하는 이 상품은 일명 “ Lazy Boy”라는 의자다. 보통의자가 아니다. 그 위에 발을 뻗고 누우면 구름에 누운 듯 느껴지는, 대형 나 홀로 의자다. 앉으면 의자의 부드러운 가죽이 나를 감싼다. 등바침은 원하는 각도로 조절된다. 뒤통수는 뭐가 잡아주는지, 편안하고 좋기만 하다. 오른쪽 손잡이를 제치면 발을 뻗어 올릴 수 있는 발걸이가 나온다. 그 자리에서 텔레비전 리모콘만 잡고 있으면 세상에 부러운 것이 없는 것처럼 느껴지는 나홀로 의자다.
파트너들과 함께 운영하던 위네카 카이로프랙틱 병원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로스엔젤레스에 그 유명한 Ventura Highway 길이다. 석양을 마주보면서 달려야 하는 시간이다. 난 짖은 선글래스를 착용하고 나의 애마 스포츠카를 몰고, 7080 음악을 크게 틀고 집으로 향한다. 30분 후면 도착한다. 기다렸다는 듯이 준비한 Johnny Walker Black, scotch water 한잔을 들고, 넥타이를 풀고 “ Lazy Boy” 의자에 누워 7시 뉴스를 보는 것이 내 저녁 시간의 시작이었다.
그 의자가 요사이 국내 광고에 간간히 보인다. 가격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하나 사고 싶은 맘이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33평짜리 아파트엔 걸맞지 않게 너무 크다. 그래서 안사고 있다. 이 광고를 보면서, 학회 로고가 붙은 머그잔에 커피마시면서, 옛 생각이 나서 글을 썼다. 그리고 앞으로 ACA 협회가 공인한다는 로고 보다는 KCI 학회 로고가 붙은 광고를 그려보면서 하는 말이다. 자.... 두통에 대한 여러분들의 처방은?